내가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기까지의 주저리
나의 길은 어디일까
원래 나는 통계학 공부를 매우 어려워했었다. 1학년 때는 공부에 좀처럼 흥미를 붙이지 못하였고, 전과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렇기에 1,2학년에는 통계와 관련된 직접적인 활동들을 하기보다는 전공 강연 동아리, 학생회, 춤동아리 등 여러 경험을 해보았다. 기획이나 마케팅 분야의 진로를 꿈꾸기도 하였다. 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과는 멀고, 디자인쪽 감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면서 3학년이 되었다. 다양한 외부 활동으로 지쳤던 나는 3학년 1학기는 공부만 할거야!를 외쳤고 실제로 아무런 외부 활동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3학년 1학기 때 배운 회귀분석, 범주형 자료분석 등의 과목은 굉장히 흥미로웠고, R을 활용한 가벼운 분석을 해보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데이터 시각화? 데이터 분석?
R을 활용한 간단한 분석 경험만 있던 나는 BOAZ라는 빅데이터 연합동아리에 시각화 부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동아리에서 파이썬을 다뤄보고, 데이터 전처리 및 크롤링, 시각화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태블로라는 시각화툴을 다루면서 BI(Bussiness Inteligence) 분야로의 진로를 희망하게 되었다. 하지만 태블로는 타전공자들이 입문하기도 쉽고, 디자인적 감각도 무시할 수 없었다. 통계학에 흥미를 가져가고 있어 전공을 살리고 싶던 나에게 있어 큰 메리트를 가질 수 있는 분야인지도 잘 모르겠었다. 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이 즈음, 동아리와 함께 2020빅콘테스트, 삼성카드 공모전, 학과 데이터분석 대회 등에 참여하였는데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다양한 경험이 쌓이다보니 데이터 시각화 경험을 살릴 수 있는 'Data Analyst'쪽인지, 데이터 분석 경험을 살릴 수 있는 'Data scientist' 쪽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많은 고민 끝에, 능력을 떠나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3학년 겨울방학,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의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진로를 확정 짓게 되었다.
취업이냐 대학원이냐
4학년 1학기는 총학생회와 학업, 공모전, 딥러닝 공부로 정신이 없었다. 어렴풋이 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취업 준비도 그리 치열하게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수상 경력 및 프로젝트 경험도 충분히 있었기에 취업도 수월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딥러닝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파이썬도 남들 하는 것만큼 잘 못다루는 것 같고, 만약 이렇게 취업하면 회사에 민폐만 끼칠 것 같았다. 코딩 고인물이 많은 이 세상 속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대부분 석박사 채용이거나 그에 준하는 경력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 때 생각했다. 아, 대학원에 가야겠다. 가서 공부도 더하고, 경험을 쌓아야겠다. 결심 후 남들이 준비하는 기간보다는 좀 늦게, 8월 즈음 대학원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디 대학원으로 갈까?
나는 중앙대학교에 재학하고 있었기에, 자대보다 높은 곳을 가고 싶었다.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중앙대학교
따라서 이 3개의 대학에 지원하였다. 통계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대부분 연고대는 쓰는 것 같고, 성대도 많이 쓰는 것 같다. 난 자대생 메리트를 뛰어넘을만큼 가고싶은 대학은 아니어서 지원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선형대수부터 공부해야할 게 너무 많아 준비 기간이 짧은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 기본 스펙
- 학점: 3.9 / 4.5
- 영어점수: 없음
- 수상경력: 데이터 분석 공모전 2회, 데이터 시각화 공모전 2회
- 데이터 관련 진행 프로젝트 및 공모전: 8회 참여
- 기타 활동: 학생회 3년 (단과대 1년, 총학생회 2년), 빅데이터 동아리 1년 수료 (운영진 및 대표직), 딥러닝 연구실 학부연구생 5개월, 기타 동아리 2개
- 수리통계학 및 회귀 분석 공부 기간: 학부 공부 제외 3~4달
연세대학교 데이터사이언티스트학과
- 지원 경로
: 개별 지원 홈페이지를 통한 접수
https://graduate.yonsei.ac.kr/graduate/index.do
https://www.gradnet.co.kr/yonsei/
다른 대학과 달리 홈페이지에서 따로 원서 접수를 하였다. 파일 제출하는 것이 아닌 홈페이지에서 직접 입력하게 되어있다.
편했던 점은 서류를 출력하고, 우체국에 가서 직접 붙이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제출이 가능해서 이 점은 정말정말 편했던 것 같다! - 자소서 문항
문항이 따로 나누어져 있지는 않았다. <예시. 자기소개, 진학동기, 미래의 연구계획 등등> 기술하는 항목마다 그 첫머리에 제목을 적고 항 사이에 약간의 여백을 주십시오.
라고만 기술되어 있었기에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나누어 작성하였다.
1. 지원동기 및 자기소개
2. 관심 연구 분야 및 향후 연구 계획과 목표
지원동기 및 자기소개는 각각 소제목을 붙여 작성하였고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및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관심 있는 분야 등을 녹여서 작성하였다. 대학마다 문항이 솔직히 다 비슷해서 하나 써놓고 조금씩 고쳐가면서 제출했다.
- 전형 방법
연세대학교는 자대생을 뽑기로 유명한 순혈주의 학교이고 학점을 많이 본다고 들었다. (소문인지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 하지만 후기들을 찾아보니 4.5 인데도 떨어진 사람도 있다고 하고 기준을 잘 모르겠다.
영어 점수는 기준이 그리 높지 않으니 미리 따두는 게 좋을 것 같다. - 결과
구술 면접 기회도 못 받고 그대로 광탈했다 :( 영어 점수도 안만들고 지원했었기에 기대도 안하고 그냥 던진거긴했지만 떨어지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지원에 의의를 뒀던 걸로.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 지원 경로 및 제출 서류
유웨이어플라이 통한 접수: https://www.uwayapply.com/
고등학교 입시 때 이용했던 사이트에 또 들어가게 되다니!
일반 접수로 회원가입하여 들어간 후 접수할 수 있다. 필요 서류를 구비하여 우편으로 보내는 과정이 꽤나 귀찮았다. 난 전날 빠른 배송으로 급하게 보냈기 때문에 미리미리 할걸 싶기도 했다.
제출 서류들은 다음과 같다. 서류목록을 표지로 해서 다음과 같은 서류들을 구비하고 우편으로 붙였다.
제출 후에는 서류 도착확인을 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대면 제출도 됐던 것 같은데 코로나로 인해 우편 접수만 가능했었다.
- 자소서 문항
연대와 마찬가지로 문항이 따로 나뉘어 있지는 않았다. 자소서는 인터넷으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출력해서 서류와 함께 보내야했다. 연대와 거의 똑같이 썼지만 '왜 통계학과를 지원하는지'를 잘 녹여서 써야할 것 같았다. 딥러닝에 대한 관심과 이를 통계적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싶다는 내용을 연구 계획 파트에 기술하였다. - 필기 및 구술 시험
시험날 엄청 떨면서 갔다. 8시 50분까지 입실 수 9~10 시험, 11시부터 순서대로 면접이다. 지원순서대로 수험 번호가 부여되어 늦게 지원할 수록 늦게 면접을 보는 것 같다. 문제 난이도는 평이했다.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는 40분쯤 미리 내야하니 꼭 공부 자료는 프린트해가길 추천한다.
LRT, MME 구하는 문제 등이 있었고, 각 문제마다 소문제로 길을 이끌어주는 느낌이었다. 전에 풀었던 기출보다 쉬웠던 것 같다. 내가 못 풀어서 그렇지 🙂...
엄청 떨기도 했고, 오랜만에 보는 대면 시험은^^... 준비를 많이 못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일까.
시험보면서 아, 떨어지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면접은 보자 싶어서 면접 준비를 했다. 자기 소개, 지원동기, 마지막으로 하고싶던 질문 등등 예상 질문을 잔뜩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받은 질문은
시험 잘봤다고 생각해요?
어떤 책으로 공부했어요? (이건 주변 사람들한테도 다 물어본듯,,!)
다중공선성 알 수 있는 방법은? -> VIF 10 이상 -> VIF 어떻게 구해?
슬롯츠키 정리 설명해봐라
생각나는건 이정도이다. 주변 사람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시험 잘본 사람들한테는 다른 학교 어디썼냐 이런것도 물어보나보다. ㅋㅋㅋㅋ 난 못봐서 통계적인 걸 많이 물어보신 것 같다. 중간에 대답이 하나 꼬이니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대답도 잘 못했다. 정말 아쉬움만 남은 고대 입시였다. 근데 그만큼 내가 절실히 준비했냐? 하면 아닌 것 같아서 미련은 없다.
- 결과
안녕 ~
중앙대학교 통계학과
- 지원 경로 및 제출 서류
유웨이어플라이 통한 접수: https://www.uwayapply.com/
특이한 점은 하루동안 사전접수를 하게 해준다. 그 날에 지원하면 전형료는 면제다! 너무 좋았다. 일단 지원하고 사진이나 자소서 등 다 수정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제출해야했던 건 입학 원서, 학원계획서, 대학 졸업예정 증명서, 대학 전학년 성적증명서 이정도였다.
학업 계획서는 유웨이 홈페이지를 통해 수정 가능하다. 고대랑 거의 똑같고, 듣고 싶은 과목만 바꿔서 썼다.
필기 시험
zoom 감독 오픈북 비대면 시험으로 진행되었다. 오픈 채팅방에 입장하여 링크를 통해 문제를 전달해주었고, 주요 공지사항도 해당 방을 통해 알려주었다. 우리 학교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는게 학생들 생각해주는 것 같고, 편리하고 너무 좋았다.
1) X가 uniform일 때, 조건부 분포는 binomial, 이때의 평균과 분산 유도
2) joint pdf, joint cdf
3) 변수 변환
4) mu^2의 UE 구하기
5) MME, MLE
가설 검정 파트보다는 분포랑 추정량 관련 문제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수통 수업 들을 때 생각해보면 가설 검정은 12월 말쯤 진짜 호로록 수업 들었던 것 같다. 학부 때 필기해뒀던 필기 노트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 면접
지원동기 및 자기소개는 미리 준비하라고까지 말씀해주셨다. 메모장에 줌 화면과 같이 띄워놓고 읽는 티 안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지원동기 및 자기소개]
안녕하십니까 이번 중앙대학교 통계대학원에 지원하게 된 황재원이라고 합니다. 학부 시절, 통계학 학습을 통해 다져진 지적호기심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저의 목표를 구체화 시켜주었습니다. 목표를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보았는데요, 저는 이를 통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모델이 많은 요즘, 통계학에 기반한 사고를 통한 모델 선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적절한 모델의 선택과 해석을 동반하기 위해서는 통계학의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학부 수준을 넘어선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어 중앙대학교 통계 대학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최고의 교수님들 밑에서 다양한 통계방법론들을 배우고, 이를 프로젝트에 응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3분, 면접자 4명 이렇게 들어갔다! 아는 교수님들이어서 오히려 더 긴장됐던 것 같다. 매번 면접마다 긴장하는 것 같네..^^
다음은 내가 받은 질문이다. 무난히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라 다행이었따.
1) 다양한 공모전 및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는데 어떤 것이 기억에 남았는지 주제 및 설명 해보아라
2) 대학원 수업과 연구 등 프로젝트와 병행 가능하겠냐?
다른 지원자분들께는
- Logisitic regression 과목 들었다 했는데 설명해봐라
-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어떤 분야 연구하고 싶은가?
- 왜 컴퓨터 공학과가 아니라 통계학과를 지원하게 되었는지? (아마 학부가 컴공이셨던 듯) 거기서도 ML, DL 할 수 있는데 왜 지원했는지?
데이터 분석에 관심있는데 통계 대학원을 지원한 사람들은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꼭 준비해가면 좋을 것 같다. 통계 교수님들이 은근 신경쓰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데이터 분석하면서 흥미 느꼈던 분석 사례가 있었는지?
- 보건 통계 공부 후 졸업 후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지?
이정도 질문한 것 같다!
- 결과
6년동안 한 학교를 다니게 됐다 ~
느낀점
단순 자대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도전해본 것만으로도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한다는 것도 알았고, 수리 통계학, 회귀분석 공부를 다시하면서 통계 개념을 다시 잡게 된 부분도 많았다. 하나는 붙겠지! 대학원 가서도 공부 게을리 하지 않고 이때의 간절한 마음을 기억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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